디저트를 좋아하지 않는 나의 취미: 단순한 맛이 아닌 경험과 가치

디저트를 안 먹는 사람이 디저트를 만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평생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 글에서도 얘기했듯이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 취미는 디저트를 만드는 일이다.

더 모순적인 건,

사실 나는 디저트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디저트를 만들기 시작했을까.

요리사가 아닌 조리사라는 생각


나는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이지만

요리에 자신이 있는 편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조리는 잘한다.

정해진 레시피를 따라 만드는 일에는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리’는 또 다른 영역의 창작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흑백요리사2 우승자 최강록 셰프가

본인을 요리사가 아닌 조리사라고 표현한 것처럼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혼자 먹는 음식이라면

그날 기분에 따라 이것저것 넣어가며

근본 없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오로지 나만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귀찮고 힘들다.

그럼에도 내가 음식을 만들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맛있는 것을 사람들과 나누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처음만들었던디저트의기억


학생 때부터 자연스럽게

디저트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

‘요리는 사람들의 입맛을 모두 맞추기 어렵지만

디저트는 달콤하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내 첫 디저트는

빼빼로데이에 초콜릿을 녹여 막대 과자에 묻힌

아주 소박한 초콜릿 과자였다.

그 빼빼로는 당시 남자친구와 가족들에게 선물했다.

정작 만든 나는 한 입도 먹지 않았다는 점이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내가 디저트를 만들며 얻은 것


더 웃기게도

나는 그때 아주 어린 나이에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다.

내가 만든 것을 나눠 먹으며

기뻐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은

그 어떤 디저트보다 훨씬 달콤했다.

그렇게 나는

‘디저트의 맛’이 아니라

나눔의 맛에 눈을 뜨게 됐다.

집에 있던 작은 구닥다리 오븐으로

플레인 스콘, 초코칩 쿠키, 머핀을 만들었고

당뇨가 있는 아빠를 위해

다크초콜릿으로 생초콜릿을 만들기도 했다.

베이킹에 흥미를 보이던 엄마와 함께

식빵을 굽던 시간도 여전히 선명하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디저트가 아니다


지금은 현실이 바빠

그때처럼 열정적으로 디저트를 만들지는 못한다.

그래도 여전히 시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유행했던 두쫀쿠,

여러 종류의 쫀득 쿠키,

과일 모찌까지.

여전히 나는 만들고,

먹지 않고,

여기저기 나눠주기만 한다.

아마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은

디저트가 아니라 경험과 관심인 것 같다.

유행하는 디저트를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경험,

그 시간을 공유하며 쌓이는 추억.

누군가 좋아하는 재료와

피해야 할 재료를 기억하는 관심,

그 사람을 천천히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

이 모든 것이

내 손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지금도 여전히 신기하다.

나는 단순히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