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길거리 토스트
누구나 살면서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음식이 하나 쯤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길거리 토스트가 추억의 음식 중 하나다.
어릴 적 우리 집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랜 시간 처가살이를 한 아빠가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나는 외할아버지를 엄청 무서워했다.
평소에 엄하고 말수도 적으셨던 전형적인 가부장의 모습이셨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그런 할아버지랑 편하게 장난치며 쌓았던 추억들은
전부 음식에 대한 추억들이다.
외할아버지는 먹는 것에 진심인 분이셨다.
한 때는 야식으로 먹는 냉동 삼겹살에 꽂히셔서 일주일에 5번을 저녁 10시에 삼겹살을 구워먹은 적도 있었다.
겨울 철이 되면 트럭에서 파는 빙어를 몇 봉지나 사오셨다. 아마 내가 빙어에 환장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할아버지가 아무리 먹을 것에 진심이셔도 보통 주방에서 요리는 하지 않으셨는데,
그런 할아버지가 간식으로 항상 만들어주시던 것이 길거리 토스트였다.
그래서 난 길거리에서 길거리 토스트를 먹은 기억보다
따뜻한 거실에서 길거리 토스트를 먹은 기억이 훨씬 많다.
이름을 거실 토스트라고 불러야하나.
이제는 길거리 토스트를 파는 곳을 보기도 힘들고, 프랜차이즈에서 파는 토스트는 묘하게
길거리 토스트의 그 맛이 안난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 할아버지의 레시피대로 길거리 토스트를 만들어 보겠다!
길거리 토스트 재료준비
레시피를 작성하기에 앞서 이 레시피는 전문적인 레시피가 아닌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만든 개인적인 레시피임을 밝힌다.
– 재료: 식빵, 마가린 듬뿍, 계란, 양파, 양배추, 당근, 설탕 많이, 케찹 많이, 종이컵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셨던 길거리 토스트는 어떤 기교도 들어가지 않은 순정 토스트였다.
그렇기에 필요한 재료에 슬라이스 치즈나 샌드위치 햄은 과감하게 빼도록 하겠다.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른 재료들도 넣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길거리 토스트 만들기
이 레시피는 집에서 간단하게 길거리 토스트 만드는 방법이다.
우선 길거리 토스트 안에 들어 갈 계란을 만들 것이다.
양배추, 양파, 당근 등등 넣고 싶은 야채들을 잘게 잘라 손질해준다.
나는 양배추는 길게 채썰고, 양파와 당근은 다져서 사용했다.
손질 된 야채를 계란과 소금 약간을 넣고 섞어서 부쳐준다.
토스트 하나 당 계란은 1알을 사용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계란을 식용유에 부치는 것이 아닌 마가린에 부치는 것이다.
그래야 길거리 토스트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계란이 준비되었으면 계란을 부친 후라이팬에 그대로 마가린을 듬뿍 발라준 후 식빵을 구워준다.
왜 버터로 식빵을 구우면 마가린에 구운 그 맛보다 덜한지 아직도 의아하다.
다 구워진 식빵이 식기 전에 어서 한 면에 설탕을 듬뿍 뿌려준다. 정말 듬뿍.
혈당스파이크가 와서 당장 잠들 수 있을 정도로 뿌려주어야 길거리 토스트의 맛이 난다.
다른 면에는 케찹을 듬뿍 뿌려준다. 계란이 케찹에 잠식당할 정도로 뿌려주어야 맛있다.
식빵-계란-식빵을 차곡차곡 쌓은 후의 플레이팅이 가장 중요하다.
길거리 토스트는 접시에 먹으면 안된다. 종이컵에 반 접어서 꽂아 먹어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레시피이기 때문에 종이컵을 강요한다.
물론 접시에 담아 먹어도 맛있다.
길거리 토스트 만들어 본 후기
분명 할아버지의 레시피대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재료와 레시피가 아니라
그 때 당시 무서웠던 할아버지가 손녀를 위해 스스럼없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셨던 기억,
소박한 음식이지만 할아버지의 비장의 무기였던 길거리 토스트를
따뜻한 집에서 가족들과 둘러 앉아 먹었던 추억이 아닐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길거리 토스트를 타임머신 삼아 그 때 당시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에 만들어 봤지만
그 추억을 100% 되살릴 수 없다는 점이 아쉽고도 씁쓸하다.
오늘의 길거리 토스트는 쓸쓸한 맛이 난다.
추억의 길거리 토스트를 집에서 만들어보고 싶은 분 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